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는 교회
(수원교구 사회복음화 사목체계의 제도적 보완과
본당 사회복음화위원회 구축의 의미)
예수님께서는 산상수훈에서 제자들에게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마태 5,13-16). 그리고 “너희의 빛이 사람들 앞을 비추어, 그들이 너희의 착한 행실을 보고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 영광을 돌리게 하여라.”고 하셨습니다. 이 말씀은 그리스도인이 세상과 분리되어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세상 한가운데에서 복음을 삶으로 증언하도록 부름받은 존재임을 보여줍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이 말씀은 더욱 절실합니다. 지구 온난화가 심화되고 폭염·집중호우·가뭄·산불 등 기후위기가 일상화되면서 인간과 자연의 생존 기반 자체가 위협받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회칙 『찬미받으소서』에서 기후를 “모두에게 속하고 모두를 위한 공동선”으로 바라보며, 기후변화가 환경 문제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정치적 차원을 지닌 인류의 중대한 도전임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생태위기는 우리에게 ‘생태적 회심’을 요구하며, 창조물을 돌보는 일은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부차적인 선택이 아니라 중요한 소명이라고 가르쳤습니다.
따라서 오늘의 교회가 “세상의 소금과 빛”이라는 정체성을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신앙생활을 충실히 하는 것에 머물 수 없습니다.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가난과 불평등, 자원고갈과 폐기물 문제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한 현실 안에서 복음의 가치를 구체적으로 실천하는 것까지 포함해야 합니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응답하기 위해서는 수원교구의 사회복음화 사목도 개인적인 교육과 행사 중심의 활동을 넘어, 교구–지구–본당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제도적 사목체계로 발전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본당 안에 사회복음화위원회를 안정적으로 구축하여, 교우들이 사회교리와 『찬미받으소서』의 가르침을 배우고 이를 지역사회 안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본당 사회복음화위원회는 단순한 또 하나의 본당 단체가 아니라, 본당 공동체가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살아가기 위한 사목적 플랫폼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생태·기후위기 교육 △탄소중립 실천 △취약계층과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대 △지역사회 환경문제 참여 △자원순환과 생태적 생활양식 실천 △사회적경제와의 연대 △청소년·청년의 기후시민 참여 등을 지역의 현실에 맞게 추진할 수 있습니다.
특히 사제는 이러한 변화의 영적 중심에서 교우들을 격려하고 연결하는 역할을 할 수 있으며, 평신도는 각자의 전문성과 삶의 현장에서 복음을 실천하는 사회복음화의 주체가 되어야 합니다. 교구는 교육과 지침, 네트워크와 지원체계를 마련하고, 지구는 지역적 협력을 촉진하며, 본당은 실제 삶의 현장에서 이를 실천하는 구조가 바람직합니다.
결국 본당 사회복음화위원회의 구축은 조직 하나를 새로 만드는 일이 아니라, 교회의 존재방식을 ‘세상 안으로’ 확장하는 일입니다. 『찬미받으소서』가 요청하는 생태적 회심을 본당 공동체의 생활과 사목 안에 정착시키고, 기후위기 시대에 교회가 지역사회와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강조하듯 공동의 집을 돌보는 일에는 개인과 공동체의 회심과 함께 공동의 실천이 필요합니다.
그러므로 수원교구의 사회복음화 사목은 이제 “교회 안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사목”에서 “세상 안에서 복음을 살아내는 사목”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가야 합니다.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다. 너희는 세상의 빛이다.”(마태 5,13-14)
이 말씀을 오늘의 기후위기 시대에 다시 받아들인다면, 수원교구의 모든 사제와 신자는 하느님께서 맡겨주신 공동의 집을 지키고 가난한 이들과 미래세대를 보호하며 지역사회와 함께 탄소중립과 생태적 전환을 실천하는 복음의 증인,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파견되어야 합니다. 이것이 오늘 교회가 『찬미받으소서』의 과제를 살아내는 길이며, 사회복음화를 제도적으로 강화해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