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편하게 소비하고, 편하게 버린 만큼 환경이 망가졌죠. 환경을 다시 살리려면 우리 삶도 그만큼 불편해져야 합니다.”
제1대리구 대천동본당의 ‘쓰고 버리는 시대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모임) 이미용(베냐민·63) 회장은 환경보호를 위해 불편함을 감수하며 사는 삶을 강조했다.
이 회장은 스스로 불편한 일들을 만들어낸다. 매일 한 시간씩 인근 대학가 원룸 밀집지역을 걸으며 쓰레기를 줍고, 마트에 갈 때는 재활용품을 쓰지 않으려고 반찬용기를 바리바리 챙기기에 바쁘다.
“‘삼위일체가 하나이듯 하늘과 땅과 인간도 하나 돼야 하고, 이중 어느 하나만 망가져도 모든 게 어긋난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그때부터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이 땅을 되살리는 일에 작은 보탬이 되는 삶을 살자고 결심했죠.”
평소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던 본당 주임 문병학(요셉) 신부는 올해 2월 모임을 만들고, 그에게 회장직을 맡겼다. 회원 20명과 환경을 위한 작은 행동들을 이어가며 모임 활성화를 준비하던 그에게 요즘 가장 중요한 활동은 본당 내 자원순환가게 운영 봉사다. 여유 부지가 있고, 봉사 인력이 풍부한 대천동본당에 안성시가 가게 운영을 위탁했기 때문. 개소 한 달째인 자원순환가게는 하루가 다르게 이용자가 늘고 있다. 처음엔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던 신자들도 점점 관심을 두며 재활용품을 가져오고, 주변 카페 주인들의 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다.
자원순환가게는 투명페트병을 무게에 따라 현금으로 돌려주고, 폐건전지는 새 건전지로, 종이팩은 화장지나 쓰레기봉투로 바꿔주는 곳이다. 이용자들은 동전 몇 개와 화장지 하나를 들고 가면서도 환경을 위한 일을 했다는 생각에 뿌듯해한다. 봉사자들은 길가에서 페트병이 가득 담긴 뭉치를 보면 ‘운수대통!’을 외치며 주워온다고. 이 회장은 자원순환에 힘쓰는 모든 이들의 얼굴을 보면서 덩달아 신나고, 변화의 희망을 품는다.
“사실 누구에게나 귀찮고 불편한 일이죠. 변화를 일으키기엔 너무 미미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어요. 그래도 우리의 이런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나비효과를 일으켜서 더 많은 이의 실천으로 이어지길 바랍니다.”
이 회장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피부로 느끼고 걱정은 많이 하면서도 행동하지 않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나 하나쯤 안 해도 누군가 하겠지’라는 생각부터 바꿨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우리 신자들부터 모범을 보이며, 지역 주민들의 더 많은 참여를 이끌어내면 좋겠습니다. 하느님이 만드신 공동의 집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 조금씩 불편해지는 연습을 해보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