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註) _ 직업 선택과 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한국고용정보원의 도움을 받아 다양한 신직업과 덜 알려진 직업을 소개한다. 필요한 교육·훈련과 자격 현황, 법·제도 등 구체적인 정보를 현직자의 입으로 들어본다.
스트레스가 턱 밑까지 차오를 때 복잡한 도심, 혼탁한 장소를 벗어나 싱그러운 자연에 몸과 마음을 맡기고 싶어진다. 이런 이유로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자연친화적 산업이 인기를 끄는데, 그중 하나가 치유농업이다.
치유농업이란 농업·농촌 자원을 활용해 국민의 건강을 회복하고 유지하며, 이로써 농가 수익과 사회 전체의 가치를 창출하는 일이다. 이 일을 일선에서 담당하는 치유농업사는 원예치료, 동물교감 치유, 산림치유 등을 통해 건강이 좋지 않은 사람뿐 아니라 우울감에 시달리는 사람이나 정신질환자 등 돌봄과 치료가 필요한 이들을 대상으로 치유를 돕는 일을 한다.
이 직업의 매력 중 하나는 매일 색다른 일이 펼쳐지는 것이다. 날마다 모습을 달리 하는 텃밭에선 늘 다양한 일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함께 식물을 가꾸고 이용하다 보면 그때마다 다채로운 감정이 오고가는데, 이를 삶의 질 개선으로 연결시켜 가는 것은 이 직업의 보람으로 꼽힌다.
치유농업 대상자는 크게 두 경우로 분류된다. 건강의 유지와 증진을 목적으로 하는 예방형 대상자, 치료나 재활을 목적으로 하는 특수목적형 대상자다. 구체적으로는 유치원생, 초중고생이나 노인을 만나기도 하고 인지 장애를 앓는 환자를 만나기도 한다. 야외 농장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가 많지만 특수목적형 대상자의 경우는 안전한 실내 공간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한다.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은 전국에 15개 있다. 서울, 강원, 충북, 충남, 전북, 전남, 부산, 경남, 제주에 각 1개가 있고, 경기, 인천에 3개, 경북에 3개 등이다. 해당 기관에서 142시간의 교육 과정을 수료하는 데 드는 비용은 약 120만 원이다.
그 후 객관식 1차 시험과 주관식 2차 시험에 합격하면 2급 국가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으며, 1급 국가자격은 준비 중이다. 자격증 취득 후엔 농촌진흥기관, 농업기술원, 농업기술센터, 치매안심센터,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농장 등에 취업하거나 프리랜서로 활동할 수 있다. 오랜 경험을 쌓은 후엔 직접 치유농장을 창업하거나 치유농장 컨설팅 사업, 관련 강사로 활동할 수도 있다
치유산업, 농업, 원예, 임업, 조경, 보건, 의료, 사회복지, 상담, 심리, 교육, 평생교육, 관광 관련 공부를 하면 자격증 취득은 물론 치유농업사가 된 후 업무를 수행할 때 도움이 된다.
그밖에 치유농업사가 되려면 상대방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갖춰야 한다. 대상자에게 뭔가를 일방적으로 가르쳐주는 게 아니라 대상자가 원하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하기 때문이다.
상황 대처 능력도 필요하다. 치유농업사가 만나게 되는 텃밭의 농작물이나 대상자가 다양한 변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언제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능숙하게 대처하면서 어떤 상황에서도 대상자가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치유농업이 주목받는 이유는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웰빙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건강이 조화를 이루는 ‘웰니스’와도 맞닿아 있다. 이 때문에 현재 국내 치유 관련 시장은 농업, 산림, 해양, 정원, 관광 등 5개 분야로 나눠져 형성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고, 민간에서 가장 접근하기 쉬운 분야는 농업이다. 그런 만큼 치유농업 수요는 앞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강윤경 기자 bookworm@yna.co.kr
[Interview] 장현진 치유농업사
Q. 전공
A. 대학교에서 원예학과 원예치료학을 전공했다. 졸업하면서 원예치료사 자격증을 취득했고, 농촌진흥청에서 일하며 원예치료대학원에 진학해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 무렵 치유농업사 국가자격 시험이 신설돼 자격증을 취득했다.
Q. 주로 만나는 대상자
A. 요즘은 주로 치매 노인들을 만나는데, 텃밭에서 오감으로 식물을 관찰하며 기억에 남도록 유도한다. 계절마다 피는 꽃을 함께 관찰하는 게 시간과 장소, 상황이나 환경을 올바로 인식하는 데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Q. 보람을 느끼는 순간
A. 대상자에게 딱 맞는 활동을 찾았을 때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치매 환자 및 그 가족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을 겪고 있는 분들이라 어떻게 다가갈지 난감했다.
그래서 솔직하게 “저는 겪어보지 못해 여러분의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그러자 한 어르신이 “선생님은 몰라. 평생 모르면 더 좋고…”라고 하셔서 크게 감동했다. 치유농업사인 내가 더 많이 알아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진정한 마음을 나누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Q. 일의 매력
A.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텃밭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다채로운 일이 벌어진다. 즐거움, 슬픔, 위로, 감동 등 다양한 감정을 주고받는데, 이 과정에서 대상자는 물론이고, 나 역시 매번 성장한다.
Q. 어려운 점
A.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대상자마다 다른 흥미를 이끌어내고 집중시키는 게 쉽지 않았다. 또 이들과 함께 제때 채소나 꽃을 기르고 관리하는 것도 어려웠다. 예를 들어 상추를 심었는데 달팽이가 갉아먹어 수확할 게 하나도 없을 때가 있었다. 자연스런 현상이지만 대상자는 물론이고 나도 실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럴 때는 내 원예 지식에 부족한 점은 없는지, 다양한 상황에서 대상자와 적절한 의사소통을 했는지 등을 돌아보고 부족한 점을 어떻게 보완할지 고민한다. 계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치유농업의 취지를 살려 즐거움과 보람을 찾도록 해야 한다.
Q. 치유농업사가 되려는 이들에게 건네는 조언
A. 씨앗을 심고, 싹이 나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기까지, 식물을 직접 키워보면서 떠오르는 생각을 적어보는 게 좋다.
▶ 하는 일_ 다양한 농업 활동을 통해 심리적·사회적·신체적 건강 등을 치유하는 서비스 제공
▶ 관련 자격_ 2022년 치유농업사 국가자격증 시험 도입, 전국의 치유농업사 양성기관에서 142시간 교육 과정을 수료한 후 2급 응시자격 획득(농촌진흥청장)
▶ 관련 전공_ 원예, 농업, 임업, 조경 등
2024. 4.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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