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11일 교구는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수원교구 탄소중립 선포 미사를 봉헌하고 2030년까지 교구 및 본당 공동체에서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는 한편 2040년 탄소중립 실현을 천명했다. 수원교구의 결단은 한국교회 교구 중 최초였으며, 정부 정책보다도 10년이나 빠른 것이어서 교회 내외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전 지구의 생태위기 상황을 ‘한계점’에 이르렀다고 우려하는 상황에서 교회의 결단력 있는 행동이 더욱 요청되는 때다. 탄소중립 선포 후 1년 동안 교구에서 펼친 활동과 그 성과를 살펴본다.
교구의 2030년 탄소중립 선언을 이끄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한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양기석(스테파노) 신부는 “코로나19 상황에 사회 전반적으로 무언가를 행동하기에 부담스러운 시간이었지만, 지난 1년 동안은 우리 교구와 몇몇 교구 등 교회와 사회 전반에 기후위기를 막기 위한 능동적인 대처에 관심 두는 이들이 늘어난 의미 있는 시기였다”고 평가했다.
당시 교구의 2040년 탄소중립 선포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이는 변화되기를 바라지만, 과연 실제로 이것이 가능할 것인지에 대한 부담이 국가와 사회 전반에 깔려있던 상황에서 생명의 존엄성을 최우선 가치로 여기는 가톨릭교회가 제시했기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이 무렵 춘천교구의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전담부서’ 설치, 대구대교구장 조환길(타대오) 대주교 공문을 통한 전 본당 태양광발전소 시스템 도입 권고 발표, 의정부교구의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자료집 발간, 대전교구의 불휘햇빛발전협동조합을 통한 에너지 전환 활동이 전개된 것은 수원교구의 행보와 맞물려 생태 환경에 대한 관심과 공감대를 넓힌 사례라 할 수 있다.
탄소중립 2040 선언 후 교구에서는 크게 3가지 방향에서 구체적인 실천 방안이 진행됐다.
첫 번째는 생태적 회개다. 현재의 기후위기와 생태위기는 물질 중심의 삶과 소비지향적인 생활방식이 초래했다. 때문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의 방식을 선택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삶이 ‘하느님’을 향할 수 있도록 생태적 회개가 이뤄져야 한다.
생태환경위원회는 1년 동안 다양한 생태영성 교육과 창조 신앙에 바탕을 둔 생명 중심 신앙관을 심기 위해 생태영성이 녹아있는 전례, 피정 계발에 힘썼다. ‘생태영성학교’와 지난 사순 시기에 마련된 ‘위드 피큐린 에코 사순 피정’과 같은 생태영성 피정, 또 10월과 11월 마련될 ‘생태 환경 교육 프라이머’ 등 생태영성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찾아가는 주일학교와 본당 소공동체 생태영성 교육 등도 운영 중이다.
두 번째는 탄소중립의 실질적인 핵심 과제인 친환경 재생 에너지로의 전환이다. 교구의 에너지 전환 사업은 크게 한국에너지공단에서 진행하는 건물 에너지 지원사업과 지자체가 지원하는 에너지자립마을사업, 또 2021년 12월 설립한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의 태양광 발전 사업을 통해 이뤄진다.
건물 에너지 지원사업 경우 2021년에는 은계동·성남동·성포동·신둔성당 등 4개 성당에 117kW 태양광발전소가 설치됐다. 올해는 성당 및 수녀원, 기관 등 28개 장소가 900kW 태양광발전소 설치를 신청한 상태다.
교구 에너지전환의 중심,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을 통한 태양광발전 사업은 올해 1000kW 설치가 목표며 내년부터는 매년 2000kW 설치를 목표로 한다.
세 번째는 신자들의 능동적 참여를 통한 본당의 자원순환 운동이다. 우리나라에서 자원순환시스템이 가장 잘 이뤄진 곳이 성남시인데, 시스템 초기 당시 제2대리구 성남동본당(주임 최재철 대건 안드레아 신부)의 적극적 참여는 센터가 빠른 시간 안에 자리 잡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현재는 제2대리구 성남동본당이 성당 부지 일부를 시민들에게 개방하고 지역 본당 여건에 맞춘 100% 재활용 자원순환 센터를 설치해 지역 사회 안에서 모범적인 사례로 꼽힌다. 제1대리구 대천동본당(주임 문병학 요셉 신부)도 지난 8월 24일 안성시와 업무 협약을 맺고 자원순환 가게를 열었다.
교구는 온라인을 통한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 생활실천 봉헌 캠페인으로 모든 피조물에 대한 관심을 독려하고 있다. 8월 29일 현재 총 6만4306회가 봉헌됐고 3000여 명이 참여 중이다.
생태환경위원회는 교회 공동체 전반에 걸친 꾸준한 의식 변화가 중요하다는 인식하에 이를 위한 노력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실질적으로는 공동의집에너지협동조합의 태양광발전소 사업 확장이다. 아울러 교구민들이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보를 제공하는 등 홍보에도 집중할 예정이다.
양기석 신부는 “본당과 교구 공동체들과의 협력 관계에서 어려운 점이라면 ‘찬미받으소서 7년 여정’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며 “코로나19로 사제단을 포함해 여러 단위가 모여 설명을 듣고 실천 방안을 모색할 기회가 너무 적었는데, 교회 활동이 정상화되는 상황에서 점차 교육이 강화되면 2024년부터는 굉장한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기후위기와 생태위기 상황은 몇 가지를 애써 실천하는 정도로는 극복할 수 없는 상황이고 삶의 방식 전반에 대전환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한 양 신부는 “이를 위한 생태적 회개에 공동체 단위와 개인 모두의 동참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