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생태환경

생태 신학자 토마스 베리 신부님 (상)

admin8345 0 2,208 2016.06.26 21:52





[20세기를 빛낸 신학자들] (49)토마스 베리 (상)
종교·과학 아우른 우주론으로 생태적 회복 추구



토마스 베리의 생애

토마스 베리는 1914년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즈버러에서 열세 자녀 중 셋째로 태어났다. 1933년에 예수 고난회에 들어간 그는 위대한 철학자이자 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영향으로 토마스라는 이름을 수도명으로 택하였다. 그리고 1942년에 사제품을 받았다.

철학자이자 역사학자 “쟘바티스타 비코의 역사 이론에 대한 연구”로 미국 가톨릭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토마스 베리는 1948년에 북경의 보인(輔仁) 가톨릭대학교에서 연구하고 가르치기 위해 중국으로 건너갔다. 그러나 마오쩌둥이 득세하면서 다시 미국으로 돌아와야 했다. 그럼에도 그는 아시아의 언어와 문화에 대한 공부를 계속해서 중국어와 산스크리트어, 팔리어에 능통하게 되었고 라틴어ㆍ이탈리아어ㆍ스페인어ㆍ독일어까지 섭렵했다.

베리는 시튼홀대학교, 세인트존스대학교, 포담대학교의 대학원에서 아시아 문화와 종교의 역사에 대해 가르쳤는데, 특히 힌두교ㆍ불교ㆍ유교ㆍ도교 전통을 강의했다. 베리는 1970년에 리버데일 종교연구센터를 설립했으며, 1975년에는 미국 테이야르 학회를 창립하여 1987년까지 학회 회장을 지냈다. 베리는 8권의 저서와 수많은 논문을 발표하였고, 8개의 명예박사 학위를 받는 등 많은 상을 받았다. 베리는 2009년 6월 1일에 선종하였고 그의 유해는 그의 사상을 따르는 수도자들의 의해 설립된 그린마운틴수도원에 안치되었다.

지구학자

토마스 베리의 학문적 여정은 동ㆍ서양 문명을 연구하는 문명사학자로 시작하였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점차로 인간 문명을 넘어 생태계 영역으로 확대되었고 생태계 보전과 생태 문명으로의 전환은 그의 핵심 주제가 되었다. 말년에 그는 스스로를 문명사학자 또는 신학자보다는 지구학자(geologian)라고 호칭하기를 좋아하였는데, 지구학자라는 표현은 지구가 지닌 종교적 의미를 추구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토마스 베리의 생태사상은 많은 신학자뿐 아니라 경제인ㆍ정치인ㆍ교육자ㆍ예술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주었다. 그의 저서 중에서 한국어로 번역된 것들로는 「우주이야기」, 「지구의 꿈」, 「위대한 과업」, 「신생대를 넘어 생태대로」, 「그리스도교의 미래와 지구의 운명」이 있다.

세 번에 걸쳐 연재하는 이번 기획에서는 베리의 핵심 사상을 (상)새로운 우주론이 필요하다, (중)산업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 전환, (하)자연 속에 깃든 신성회복이 그리스도교의 과제를 주제로 간략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생태계 파괴의 원인

토마스 베리가 가장 심각하게 고민했던 문제는 현대 산업문명의 후유증으로 야기된 생태계의 파괴다. 현재 지구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태계 파괴의 규모는 일찍이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것으로, 인류의 존립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생태계 파괴는 산업혁명 이후 발달한 과학과 기계 기술을 오용하여 인간의 탐욕을 위해 자연을 착취한 것이 직접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베리는 인간이 자연을 착취하는 것을 방임하거나 조장하는 세계관이나 우주관에서 더 근원적인 이유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과 자연과의 올바른 관계를 설명하고 인도해 줄 수 있는 적절한 우주론이 없다는 데에 근원적인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며 현대인들에게 적합한 우주론을 제시하고자 노력한다.

우주론은 인간이 어디에서 와서 어떻게 살아야 하며 어디로 가는지를 설명해 주는 전체적 맥락의 역할을 한다. 인간은 우주론에서 삶의 의미와 목적을 발견한다. 적절한 우주론이 없다면, 인간은 다른 인간들과 그리고 자연과의 관계에서 올바른 위치와 역할을 발견하지 못한다. 베리는 현대 인류에게 적합한 우주론이 없다는 것이 현대 생태계 파괴의 근본 원인이라고 진단한다. 특별히 현대 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생물 종의 멸종과 현대 과학의 통찰에서 얻은 진화론적 우주관은 현대인이 새로운 우주론을 필요로 하는 이유다.

생물 종의 멸종

베리는 현재 지구에서 일어나는 생태적 파괴 중에서 생물 종들의 멸종에 특별한 관심을 둔다. 현대 인류는 1년에 수천 종의 생물 종을 멸종시키고 있고, 멸종 속도는 갈수록 가속화하는 상황이다. 베리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멸종의 규모와 속도는 지구의 진화 과정에서 발생한 대규모 멸종 중의 하나라고 평가한다. 생물 종의 멸종을 초래하는 현대 인류의 능력은 지구 역사상 고생대를 끝내고 중생대를 시작한 힘이나, 중생대를 끝내고 신생대를 도입한 힘과 비견될 수 있는 힘이라는 것이다. 베리는 신생대가 끝나가고 있다고 예측한 최초의 학자이며, 그의 이런 주장에 현재는 많은 생물학자도 동의하고 있다.

베리는 생물 종의 멸종과 다양성은 생물학적 의미만을 지니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인 의미도 지닌다고 설명한다. 그는 생물 종의 멸종이 지니는 의미를 종교적 언어로 설명한다. 멸종은 영원한 개념이라는 것이다. 하나의 생물 종이 멸종한 다음에는 어떠한 힘도 그것을 되살릴 수가 없다. 어떤 하나의 생물 종의 멸종은 우주로부터 영원히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러므로 그것은 종말론적인 사건이라는 것이 베리의 통찰이다.

또한, 생물 종의 다양성은 하느님의 완전한 계시와 관계가 있다고 베리는 설명한다. 토마스 아퀴나스의 가르침을 따라, 베리는 생물종의 다양성을 우주의 완전성으로, 또 멸종을 그 완전성의 결핍으로 설명한다. 우주 안에는 왜 많은 생물 종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하여, 하느님의 완전성은 하나가 결핍되면 다른 것이 보충할 수 있도록 많은 것을 통하여 표현하기 때문이라고 아퀴나스는 설명한다. 그리고 베리는 인간이 하느님에 대한 아름다운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우주의 아름다움을 체험하기 때문이라고 통찰한다. 그러므로 우주가 완전성과 아름다움을 잃는다면 종교적 체험의 기초가 사라지는 것이다. 때문에 자연의 완전성과 아름다움을 보전하는 것은 원초적 종교 체험의 장을 보전하는 일이다. 베리에게 있어서 우주는 단지 물질적인 세계만이 아니라 하느님의 신비한 계시가 현존하고 있는 세계이다.

진화하는 우주

새로운 우주론이 필요한 또 다른 이유는 우주에 대한 인간의 이해가 근대를 지나오면서 변했기 때문이다. 신화적이고 정적이고 순환적인 우주론은 현대 과학과 기계 기술이 발견한 경험적이고 동적이고 진화론적인 우주론으로 대체되었다. 다시 말해 우주는 더 이상 정적인 우주(cosmos)가 아니라 진화하는 우주(cosmogenesis)이다.

현재 우리에게는 두 가지 종류의 우주론이 병존하고 있다. 하나는 종교적 우주론이고 다른 하나는 과학적 우주론이다. 그러나 종교적 우주론뿐 아니라 과학적 우주론도 현대 인간에게 의미가 있는 우주론을 제공해 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도교를 포함한 전통 종교들이 가르치는 우주론은 세계와 우주를 신성한 것으로 제시하기는 하지만 현대 과학에서 파악하는 우주의 발생론적인 과정을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며, 현대 과학의 경험적인 관찰로부터 유래하는 과학적 이론은 의미와 도덕적 영적 가치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리는 현재 인류에게 필요한 우주론은 과학적 이론과 종교적 신화를 포함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스스로 그러한 우주론을 인류에게 제시하는 것을 평생의 목표로 삼았다. 그것의 하나로 베리는 1992년 물리학자 브라이언 스윔과 함께 「우주이야기」를 출판하였다. 베리가 제시하는 우주론은 우주 발생 과정에 대한 과학적 설명으로부터 유래하는 신빙성과 신앙 전통의 영성에 의하여 투과된 의미를 포함하는 새로운 이야기이며, 경험적 과학과 직관적 지혜가 씨줄과 날줄로 서로 엮여 있는 이야기이다.

종교와 과학을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베리의 우주론은 인간 문명이 어떻게 해서 지금과 같은 파괴적 상황에까지 이르렀는지를 문명사적으로 규명하면서 동시에 생태적 회복을 위해 인류가 해야 할 치료책과 방향을 제시해 주고 있다. 다시 말해 인류가 생존하기 위해 산업 문명을 극복하고 생태 문명으로 전환해야 하는 당위성과 방법론을 제공한다.
▲ 이재돈 신부(가톨릭대 생명대학원 교수)

이재돈 신부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
서울대교구 소속 사제(1985년 수품)로 2004년 캐나다 토론토대학교에서 생태신학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05년부터 207년까지 토론토대학교에서 초빙 교수로 아시아신학과 생태신학을 강의했고 2007년부터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논문으로 ‘토마스 베리의 우주론 연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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