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독서

 

동행 / 엄원태

관리자 0 668 2021.01.23 10:28
매일 오후, 스무살 아들의 허리춤을
헝겊줄로 질끈 묶어 잡고 다니는 아버지가 있다.
오랏줄에 묶여가는 죄인 같지만,
아들이 심한 뇌장애로 잘 걷지 못해
넘어지면 그대로 얼굴이며 어깨를 땅에 부딪히기 때문이다.
 
아버지 이온엽도 선천성 약시에 안구흔들림증 시각 장애 2급이다.
그래도, "아이고, 먹은 것도 없이 엄청 눴네" 하면서
한덩이 묵직한 기저귀를 대견한 듯 갈아주고,
씨ㅂ지 못하는 기독이를 위해 몸에 좋다는 마늘 몇쪽
자기 입으로 잘근잘근 씨ㅂ어서 입에 넣어준다.
 
갓난아기에서 멈춰버린 아들이지만,
그랬기에 더 '세상을 다 내 손으로 움켜쥔 그런 기분' 이었다는
득남의 기쁨에서 그리 멀리 오지 않았다.
 
혼자선 일어서지도 못하던 기독이는
한결같은 허리끈 산책 팔년 만에 혼자서 걷게 되었다.
 
잠자리에 누어서도 침 흘리는 아들 입에
잇따라 뽀뽀를 하고는, 가만히 들여다 본다.
-사랑을 이 몸에다 채우고 채워놓으면,
나중에 나 없어도 얼마간 혼자서도 잘 견딜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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