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독서

 

영적독서모임이 생태마을에 간 까닭은? (2013.07.14 소식지)

관리자 0 665 2021.01.23 10:11
작성자 : 라파엘    작성일시 : 작성일2014-01-02 16:21:43   

 

영적독서모임이 생태마을에 간 까닭은?
 
푸른 산골짜기에 맑은 물 흐르고, 새와 풀벌레 소리 낭자한 숲 속에 들어갔을 때, 청량함을 경험 해 보신 적 있으시죠?
그런 자연의 싱그러움을 찾아 본당 영적독서모임은 7월 6일(토) 평창생태마을에 다녀왔어요. 영적독서모임은 문요셉주임신부님을 지도신부로 모시고 11개월째 독서모임을 진행하는데, 이날 첫 나들이를 한 셈이죠. 신부님과 10명의 형제․자매들, 그리고 네 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15명이 동행하였습니다.
첩첩 산으로 에워싸인 생태마을은 적막하긴 해도, 우거진 숲 을 따라 유장히 흐르는 평창강이 한 눈에 보여 수려한 곳이었죠. 숲에 이는 선선한 바람으로 우리는 비 맞은 풀잎마냥 싱싱해져 허리를 곧게 펴고 산행을 하였습니다. 주임신부님 인솔로 숲을 지나서 생태마을 둘레를 잠깐 돌아보고, 유기농 채마밭으로 향했습니다.
 
내려가는 길에는 토담집이 아담하게 서있고 잔디밭 위에 벤치형 그네가, 주변에는 자두, 매실, 보리수 등 유실수가 심겨 있었어요. 우리 일행은 나무 열매를 들여다보기도 하고, 덜 익은 자두를 먹다 뱉어 버리기도 하는데 마치 자연의 일부처럼 보였어요.
들깨가 심긴 너른 밭 입구는 호박 넝쿨이 아치형 통로를 만들었습니다. 신부님의 고견으로 넝쿨 그늘 아래 돗자리를 펴고 둥글게 앉았지요. 자연을 만끽하며 기도와 찬양을 하고, 만들어 온 음식을 먹으며 조촐한 회합도 가졌습니다.
신부님은 “우리 사는 세상에 생명의 문제가 분명 있다는 인식 속에 영적독서에서는 <북극곰, 어디로 가야하나>(황창현 지음, 바오로딸)를 읽고, <공생공빈 21세기를 사는 길>(쓰찌다 다까시, 흙과 생기)를 읽었습니다. 연장선상에서 <우리들의 하느님>을 읽고 있습니다. 쓰찌다 교수가 제시하는 문제로 우리 삶 안에 문명 생활을 반성하고, 인간만 사는 게 아니라 자연과 더불어 공동체 삶을 이뤄가는 나눔을 가져 보고, 기후 변화와 생명공동체 문제를 갖고 이 시대를 성찰해 보자. 그 과정 안에서 생태 마을을 방문해 보고 자연과 환경 문제에 대한 현장이라든지 생활을 나눠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게 좋겠다. 그런 차원에서 이 자리에 있는 거죠.” 이렇게 운을 떼시고 “우리 본당도 지금 우리 농촌 살리기와 더불어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우리 농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시며 얘기를 진행하셨어요. 한 자매는 “우리가 꿈만 꾸었는데, 실제적이고 사실적으로 현장을 보니 더 좋”으시다는 소감을 피력했어요. 다른 자매가 “생태마을에서는 지역 주민이 농사지으면, 황창현 신부님이 도농직거래 루트를 여시는 것 같다고 그럴듯한 설명을 했습니다. 어떤 형제님은 환경문제에 관심이 없었는데, 생태마을 와서 보고 생각이 바뀌었다는 말도 했습니다.
 
토담집 앞에서 그네 타며 즐겨 놀던 어린이가 오더니 “엄마, 화장실이 어디야?” 하고 묻자, 신부님은 사방의 밭을 가리키시며 “저기가 다 화장실이다.” 하셔서, 한바탕 웃음이 터졌습니다. 농본사회에서는 오줌도 식물의 거름이 되는 까닭에, 이웃에 놀러갔다가도 내 오줌은 내 밭에서 눈다는 얘기가 떠올랐습니다.
그러나 산업사회에 들어서면서 경제논리만 앞세워 자연을 정복하고, 공업화로 편리함만 추구한 결과, 환경문제가 닥치고 먹거리나 안식처까지 위협 받는 세상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얼마 전, 인터넷에서 쇄빙선을 막으려는 어린 북극곰이 카메라에 잡힌 사진을 보았는데, “제발, 우리 집에서 나가요!”하는 제목이 달려 있었어요. 그 어린 북극곰이 우리 아이들 모습과 겹쳐 보인 건 왜일까요. 인간이 훼손시킨 환경은 인간에게 부메랑이 될 거야, 경고하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환경의 재앙이 덮쳐오면 ‘지금 여기’ 어른세대는 책임을 모면할 수 없죠.
이런 시점에서 영적독서는 환경과 미래 문제를 인식하며 살자는데 의견을 같이했습니다. 우리는 생활밀착형 환경지킴이로서 실천할 일을 찾아 ‘공생공빈밀알협동조합’의 회원이 되기로 하였습니다. 비록 <북극곰, 어디로 가야하나>하는 환경문제에 직면해 살지만, <공생공빈>의 생활을 실천하는 의지를 발휘하면 <우리들의 하느님>이 만드신 자연 환경 안에서 “보시기에 좋았더라”하는 세상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으로 말이죠. 밀알이 땅에 떨어져 썩을 때 수십 배 열매를 맺는 믿음을 갖고, 우리는 각 자 한 알의 밀알이 되고자 ‘공생공빈밀알협동조합’에 가입하였죠. 그 회원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문병학요셉 주임신부님, 김정화 막달레나, 김혜연 안나, 박양자 세실리아, 윤상희 데레사, 이경미 막달레나, 이계희 헬레나, 이유림 크레센시아, 이진헌 마태오, 장순덕 베로니카, 전남옥레베카.
본당에서는 상임위와 가정생명분과, 성모회가 연대하여 시스템을 구축해 갈 것이고, 이론과 실천을 구체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특강을 마련하였답니다.
1차는 8월 18일 서북원 신부님이 오셔서 우리농살리기를 주제로 특강하시고,
2차는 10월에 차동엽 신부님을 모시고,
3차는 내년 4월 성령강림 대축일에 이용훈 주교님이 오셔서 특강을 해 주실 예정이십니다.
창립대회도 주교님을 모시고 할 계획이라고 들었습니다. 무엇보다 현대의 그리스도인은 시대를 보는 안목을 갖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며 하느님 창조하신 자연을 지키는 것이라 마음에 새기며, 신부님 강복을 받고 회합을 마쳤습니다.
생태마을을 떠나 산봉우리에 빨갛게 걸린 석양을 보며 귀가를 서두르는데, 해거름에 산천은 수묵화로 다가오더군요. 이대로 산림에 묻히고 싶었으나, 생활인들인 까닭에 먼지 나는 세상으로 그러나 안전하게 돌아왔습니다.
 
글/ 사진 : 홍보분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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