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독서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 이기인

관리자 0 549 2021.01.23 10:06
작성자 : 다다    작성일시 : 작성일2013-12-28 09:25:31   

 

오랜만에 생각지도 않은 곳에서 당신을 만났지요
나는 당신의 등뼈를 본 첫번째 사랑이지요
당신의 등뼈에 붙은 살이 얼마나 얇은지 알고 있는 사랑이지요
그렇게 얇은 삶이 바람에 견딘 것을 알고
손가락으로 당신의 등을 더듬어볼 수 있도록 허락하신 일과
뒤돌아서서 날 깨우쳐주신 마른 가슴이 있다는 것을 알았지요
내가 처음부터 만질 수 없었던 당신의 몸은 바람이 부는 동안
내가 사는 골목까지 날아와 기다렸지요
당신은 그때 젖은 시집 속으로 부끄러워하는 몸으로 들어왔지요
혼자서 살아온 당신의 이 야 기를 어떻게 들어줄까요
불빛처럼 아름다운 당신의 이 야 기를 밤새 읽다가
 
* 이 시인은 시 속의 당신을 논리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대신 시를 읽는 독자들에게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니고 있는 감성을 흔들어 논리와 지식을 넘어서는 삶을 감각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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