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독서

 

시의 이해 (작성자 : 헬레나 작성일시 : 작성일2013-12-21 00:21:34 )

관리자 0 643 2021.01.23 09:56


수영을 배우려는 사람이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물 속으로 들어가 몸을 놀리는 일입니다.
물 밖에서 아무리 이치를 궁리하고 설명을 들어보았자 쓸모가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시를 알고 이해하려면 될수록 많은 시를 꼼꼼하게 읽는 것이 시문학 이해의 첩경입니다. 많이 읽다보면 자연스레 문리(文理)가 트이고 좋은 시와 그렇지 못한 시에 대한 분별도 생겨나게 마련입니다.

 
  詩는 감정의 소산이다 / 장옥관 시인

시 그것은 진실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게 한다.
열목어라는 물고기가 있다. 눈에 열이 많아서 찬 곳을 찾아가 눈을 식힌다 하여 그 이름이 붙여졌다. 광고, TV, 영화, 인터넷에 중독된 사람들의 벌겋게 달아오른 눈, 따지고 보면 열목어의 눈이 아닌가. 영상매체의 영향인지 오늘날 사람들은 지나치게 시각에 집중하고 있다. 이러다간 인류가 파리처럼 눈알만 커다랗게 진화되는 게 아닐까 걱정이다. 문제는 시각이 인간을 수동적으로 만든다는 데 있다. 

 자극적인 대중 영상매체에 빠져 있는 동안 몸의 감각은 무뎌지게 마련이다. 달빛이 바닷물에 쏟아져도 아름다운 줄도 모르고, 여린 풀벌레들이 울어도 들을 줄 모르는 굳은 감각, 발뒤꿈치 같이 굳은살 박힌 마음의 눈, 숫자와 속도와 말초적인 삶에서 벗어나 생각하는 삶, 느끼는 삶을 되찾기 위해서는 감각의 회복이 우선이다. 시는 온몸의 감각을 통해 우리의 마음에 스며든다.

 굳은 감각만큼 현대인에게 심각한 문제는 닫힌 감성이다. 앞으로 인류가 망하게 된다면 핵무기가 아니라 굳은 감각과 닫힌 감성 때문일 것이라고 한다.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를 사와 아파트 옥상에서 멀리 날리기 장난을 하는 아이들, 여기에서 인류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을까.

 나병은 아픔을 느끼는 통점이 없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뼈가 보일정도로 상처가 곪아도 아픔을 느끼지 못하니 제 때에 치료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병이 들어도 통점이 없는 현대인들의 아픈 마음을 예민하게 알아차려 따뜻이 위로하는 마음에서 탄생하는 것이 시다. 그것은 곧 연민의 마음, 주체와 타자의 경계가 무화되는 화해와 조화의 세계이다.

 시는 감정의 소산이다. 그러나 그 감정은 객관적으로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시의 과학성이다. 따라서 시를 읽는 일은 감성과 이성의 종합적 정신능력이 필요하다. 시는 정서순화의 차원이 아니라, 인간심리의 이해와 삶과 세계의 진실에 대한 통찰력을 키우게 하는 힘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시를 읽어야 하는 의미라 할 것이다. 그 첩경이 몸을 통한 시의 감상과 이해다. 왜냐하면 시는 무용처럼 몸으로 느껴 받아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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