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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지나칠 수 없는 사소함(한림대 나노융합스쿨 겸임교수 김병민)

관리자 0 14 02.20 19:07

​결코 지나칠 수 없는 사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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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수거장의 페트(PET)는 다른 수거 물질과 달리 특별한 주의 사항이 붙어 있다. 투명한 병만 투입해 달라는 문구와 함께 라벨 스티커의 제거와 세척을 당부한다.


물론 다른 플라스틱이나 종이류도 오염 관련 내용이 있다. 이러한 요구사항이 소비자에게는 귀찮고 번거로울 수 있다.쓰레기라는 생각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2차 처리 과정에서의 편의도 있지만, 특히 플라스틱의 경우 특별한 대접을 받아야 할 이유가 있다.


현실은 안타깝게도 수거장에 라벨이 그대로 붙어 있거나 음료가 남겨져 있는 페트병이 많다.

이바저도 감사해야 한다. 생활 쓰레기와 함께 종량제 봉투에 버려지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렇게 버려진 플라스틱은 영영 우리 곁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하고 지각과 대기에 갇힌다.


 

 

생각부터 바꾸자

 

페트병이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어지는 게 최선이다. 그래야 우리 곁에 오래 머물 수 있다. 


페트병은 주로 액상형 식품을 담는 용기로 사용된다. 그래서 페트병을 재활용할 때 까다로운 조건이 붙는다. 그만큼 순수한 페트라는 물질로만 만들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불순물이 함유된 페트는 병으로 재활용되지 않는다.


페트는 보통 용기, 필름, 섬유로 재활용된다. 페트 필름을 본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마트에서 과일을 포장한 투명 플라스틱 박스는 페트 필름을 성형해 만든다. 페트로 만든 섬유 역시 잘 알려진 물질이다. 대부분 옷에 사용되는 폴리에스터다.


병으로 재활용하기 어려운 오염된 페트는 이렇게 필름과 섬유로 변신한다. 병은 회수가 가능하다. 하지만 필름과 석유는 회수율이 떨어진다.


일회성 재활용은 다운사이클링이다. 병으로 순환되는 업사이클링이 부족하면 결국 원료는 석유에서 채워야 한다. 페트병은 쓰레기가 아닌 자원이다.


2022년 기준 폐플라스틱 쓰레기는 1000만 톤에 육박하고 70% 이상 소각된다. 그럼에도 우리나라는 폐플라스틱을 수입하는 실정이다. 재생원료 함유율 기준이 강화되며 벌어진 우스꽝스러운 상황이다. 


폐플라스틱은 쓰레기가 아닌 자원이다. 생각부터 바꾸자.


 

사소함이 모여 위대함을 만든다


소비자의 잘못처럼 책임을 전가하면 안 된다. 기업 역시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해 희생과 노력이 필요하다.  


라벨을 떼기가 쉽지 않은 페트병이 있다. 억지로 떼 내도 끈적한 접착성분이 남는 경우가 있다. 심지어 염료로 인쇄가 된 병도 있다.


대부분 접착제나 염료는 유기화합물인 에폭시 수지나 금속산화물이다. 이런 물질로 오염된 페트는 병으로 돌아가지 못한다.인쇄는 금지해야 하며 잔여물 없이 쉽게 제거되는 라벨 제작에 신경 써야 한다.


사실 라벨 없이 만들면 최선이다. 하지만 매장 진열대에서 소비자를 유혹하려면 자신을 화려하게 드러내야 한다.


무언가를 얻으려면 내주는 것도 있어야 한다. 아무런 변화 없이 기적은 일어나지 않는다. 모든 위대함은 늘 사소한 것이 모여 만들어진다.


[출처 화광신문 2024.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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