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 생태환경

정홍규 신부의 박사 논문 "한국 가톨릭교회의 생태의식과 실천모델 연구"

정홍규 신부, 박사 학위 ‘한국교회 생태의식과 실천모델 연구’ 논문 발표

“본당-지역 함께하는 ‘협동조합’이 생태적 대안”

한국교회 생태운동 전반 살피고 실천모델 제시
기본조직 미비·인식 부족 등으로 인한 한계 지적
농촌·도시본당 연대 실현 통한 생태 비전 전망
발행일 : 2014-03-02 [제2884호, 20면]
1990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교회 생태운동 전반의 변화를 짚어보고 실천 모델을 연구한 논문이 발표됐다. 특히 지금까지 생태운동이 펼쳐진 가운데 각 교구·본당별 사례들을 한번에 정리한 것은 드문 사례이다.

대구대교구 정홍규 신부(대구가톨릭대 교수)는 ‘한국 가톨릭교회의 생태의식과 실천모델 연구’ 박사학위 논문을 통해, 한국교회 생태운동은 ‘환경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증폭시켰다 하더라도 조직과 기본적 틀 없이 운동이 먼저 시작됨으로 실천적 한계에 부딪힌다는 점’을 지적했다.

정 신부는 또 ‘생태 의식을 옮길 기본적 조직과 틀은 있다 하더라도 본당 조직을 이끌어가는 사목자에게 생태신학에 대한 교육이 없거나 신자들에게 지속적이고 전문적인 생태교육이 없으면 결국 운동과 교회의 가르침이 오래가지 못했다’는 점을 드러냈다.

1990년경부터 20여 년 동안 생태운동에 투신해왔던 정 신부는 이번 논문을 통해 그동안의 교회 내 생태운동 활동에 대해 집약적으로 정리하고, 다양한 사례를 소개하며 생태운동의 잘된 점과 아쉬운 점, 앞으로 나아갈 방향 등을 제시했다.

논문은 1990~2010년 가톨릭 생태운동사의 흐름과 여정을 먼저 살펴보고, 각 교구가 추진한 생태운동과 전국 본당에서 환경위원회나 소공동체를 통해 이룬 사례들을 소개했다. 교구별 사례에서 특히 가톨릭 농민회와 안동교구 ‘생명의 공동체’, 원주교구 ‘농민사목’의 활동으로 한국천주교회의 모든 교구에서 우리농촌살리기운동이 정착된 점은 아주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한국 가톨릭 생태운동의 두 축이었던 서울대교구 ‘하늘·땅·물·벗’과 대구대교구 ‘푸른평화’가 생태 복음화의 모델로써 창조적으로 계승 발전시키지 못한 뼈아픈 사례도 소개했다. 서울대교구 ‘하늘·땅·물·벗’은 1991년 결성, 환경교육과 캠페인 등을 펼치고 있으나 타 교구와의 연대를 못하고 있는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대구대교구 ‘푸른평화’도 교구·본당·사목자·신자 간의 연대가 잘 이뤄지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 서울대교구 환경사목위원회와 우리농촌살리기운동본부가 지난해 5월 청주교구 가톨릭농민회 음성분회에서 실시한 농촌 현장체험에서 참가자들이 밭을 가꾸고 있는 모습. 정홍규 신부는 논문을 통해 농촌·도시본당의 연대로 실현하는 ‘생태마을 만들기’ 등 생태적 비전을 제시했다.
가톨릭교회의 생태문화 사목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1990년 1월 1일 세계평화의 날 담화 ‘창조주이신 하느님과 평화, 창조물과의 평화’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한국교회도 1990년부터 본격적으로 생태운동을 실천해오고 있다. 다양한 생태운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생태운동의 실천 모델은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실정이다.

이런 면에서 정 신부는 이번 연구를 통해 생태적 비전을 위한 가톨릭교회의 잠재적인 과제와 대안을 찾는데 주력, 가톨릭 생태운동의 실천모델 사례들도 담았다. 직접 운영했던 본당 공동체 모델(대구 고산본당), 생태교육 모델(산자연학교), 협동조합 모델(푸른평화 소비자생활협동조합), 지역 공동체 모델(생태마을)의 운영방법이 자세히 담겨있다.

 

▲ 한국교회에는 다양한 생태운동이 펼쳐지고 있지만 실천 모델은 아직 제대로 정착되지 못한 실정이다. 사진은 2011년 6월 22일 서울 서초3동성당에서 거행된 우리농 직매장 축복식 장면.
정 신부는 다양한 실천모델 중에서 도시 본당이나 각 교구의 대리구 단위 지역에서는 지역과 시민사회가 함께 실천하는 생태영성으로서의 ‘협동조합 모델’을 창안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농촌본당이 도시본당과 연대해 생태마을을 만드는 등 가톨릭교회가 중심축이 되어 복음화의 새로운 문을 열어야 한다고 전했다.

정 신부는 “ ‘협동조합’이라는 실천적 사례를 초석으로 가톨릭 생태운동의 여정을 재해석하고 통합한다면 한국교회가 전 세계교회를 향해 새로운 복음화를 위한 ‘생태대(Ecozoic era) 시대’를 열 수 있으리라고 기대한다”는 전망을 밝히고 있다.

정홍규 신부는 최초의 환경전담 신부, 전국환경사제모임 대표, 전국창조질서보전 대표 신부로서 생태 복음화를 위한 다양한 시도들을 해왔다. 1990년 월배성당에서의 ‘푸른평화’ 운동을 시작으로, 1991년에는 페놀 사건을 계기로 ‘낙동강 살리기 운동 협의회’를 조직, 본당과 지역을 넘어 전국적으로 환경운동을 펼쳤다. 2003년 오산자연학교를 설립하면서는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을 컨설팅하는 작업을 통해 생태마을 만들기 운동을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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